일본발 동북아 질서 재편 신호탄 …한국 외교 시험대
다카이치 내각, 미국 방관 속 한국 끌어안기 주력
다카이치 대만 관련 발언으로 폭발한 중·일 갈등
총선 이후에도 꺼지지 않을 중·일 갈등
파고 높을수록 전략적 공간 넓히는 탄력 외교 필요


다카이치 대만 발언으로 폭발한 중·일 갈등
중국의 대응은 즉각적이고 강력했습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 자국민의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 희토류 수출 규제, 군사 활동 강화 등 전방위적 보복 조치를 연쇄적으로 취했습니다. 중·일 관계는 1972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습니다. 갈등은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와 외교를 직접 압박하는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기대했던 미일 동맹의 역할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를 줄이는 '돈로주의'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통화한 뒤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 것을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는 일본을 전면적으로 엄호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동맹의 공백을 실감해야 했습니다.
미국의 방관 속에 한국 끌어안기 주력
미국의 방관과 중국의 압박 속에서 다카이치 내각이 선택한 돌파구는 한국이었습니다. 중국이 일본 고립을 노리며 한국에 '역사 문제 대일 공조'를 압박하자, 일본은 오히려 한국을 끌어안는 전략으로 대응했습니다. 1월 13일, 다카이치 총리가 고향인 나라로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해 극진하게 환대한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도자 간 친교 차원이 아니라, 한·중 연대를 차단하고 한국을 일본 중심의 안보·공급망 협력 구조에 묶어두려는 전략적 계산의 결과였습니다.

총선 이후에도 꺼지지 않을 중·일 갈등
현재로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승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야권은 분열돼 있고, 중일 갈등은 일본 보수층의 결집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역설적으로 '외압에 굴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총선이 치러질 2월 초까지 중국의 제재가 일본 민생에 본격적으로 체감되지 않는다면, 다카이치는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해 안정적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총선 이후에도 그의 대중 강경 노선이 쉽게 수정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중국도 미국의 방관 속에서 한 번 빼든 칼을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카이치가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중일 갈등의 강도가 당분간 약해지지 않을 겁니다.
이런 정세는 한국에 복합적인 과제를 던집니다. 일본은 한국에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고, 중국은 반대 방향에서 한국에 유화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선택의 압박이 커질수록 한국 외교에는 원칙과 계산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파고 높을수록 전략적 공간 넓히는 탄력 외교 필요
첫째,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조건 없는 밀착'을 경계해야 합니다. 경제·안보 협력에서는 실리를 취하되,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서는 명확한 원칙을 유지해야 합니다. 최근 장생 탄광의 인도적 차원 협력 성과에만 기대어 구조적 과거사 문제를 유보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외교적 부담을 키울 수 있습니다. 중단된 한·일 역사 공동위원회의 재가동이나, 강제 동원·위안부 문제와 같이 폭발력이 큰 과거사 문제를 다룰 상설 협의체 구성 등 제도적 장치를 병행해야 합니다.
둘째, 중·일 갈등의 완충 장치로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재가동을 주도하고,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불필요한 진영 논리에 휘말리지 않는 절제된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갈등의 한쪽 편에 서기보다, 위기관리와 대화 촉진에 기여하는 중견국 외교가 요구됩니다.
셋째,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미국의 방관과 중·일의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위험합니다. 공급망 다변화, 에너지 협력 확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 가입 검토 등은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는 현실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은 일본 정치의 내부 사건이 아닙니다. 동북아 질서가 불안정한 재편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입니다. 한국은 중·일 양국 간 충돌 속에서 파도를 피해 가는 소극적 외교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균형을 회복하는 외교적 탄력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선택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도 선택지를 잃지 않는 외교 역량입니다. 그것이 격랑의 동북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길입니다.
ohtak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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